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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겟 아웃> 감상평
(해석, 결말, 후기, 줄거리, 비평)
관람객 평점 8.46
인종에 계급이 있다. 백인은 우월하고 흑인은 열등하다. 차를 몰고 가다가 사슴이 치어서 죽었을 때, '그냥 재수 없는 일이었다'라고 치부하고 사체를 들여다보지도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이 때 사슴은 흑인이고 운전자는 백인이다. 흑인의 목숨값은 딱 동물 사체, 그 정도며, 백인은 그것에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이런 인종차별에 관한 주제가 영화에 깔려 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역시 흑인이다.
① 사슴의 의미
영화에서 크리스와 로즈가 사슴을 치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흑인 크리스는 내려서 사슴을 살펴본다. 그는 두려워 했고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로즈는 운전석에서 내리지 않았다. 또한 로즈의 아버지는 사슴을 정말 싫어하며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영화의 결말에 미루어 짐작해보면, 영화에서 사슴은 '흑인'을 의미한다. 백인들이 겉으로는 흑인 차별이 없어 보이지만, 실은 사슴의 목숨을 가볍게 보거나 싫어하는 것만큼 흑인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사슴에게 유일하게 감정을 이입했던 크리스는 결국, 로즈의 아버지를 사슴의 뿔로 찔러 죽인다. 짐승이 당해온 차별과 무시는 크리스가 당해온 차별과 무시이고, 사슴의 뿔은 곧 흑인의 뿔인 것이다.
② 누가 더 잔인한가
교통사고가 났을 때 경찰은 운전자가 아닌 크리스에게 신분증을 요구한다. 흑인의 신분이 의심스럽다는 편견 때문이다. 그래서 로즈가 크리스를 두둔하고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항의한다. 그러나 영화에서 실제적으로 크리스를 위험에 빠뜨리려고 했던 것은 로즈와 그녀의 가족이었다. 특히 로즈가 울먹이며 차키를 찾는 척하다가 갑자기 정색하는 장면은 소름끼치는 부분이다. 결국 이는 직접적으로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보다, 겉으로는 차별하지 않는 척 하며 본심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③ 첫번째 최면
로즈의 어머니가 크리스에게 처음 최면을 걸었던 것이 밤에 크리스가 흡연을 했을 때가 아니다. 도착한 첫날 야외에서 음식을 먹고 붉은 차를 마실 때, 그녀는 잔을 세번 쳤다. 그리고 곧 크리스는 손을 떨었고, 그걸 본 로즈의 부모는 그가 흡연자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녀가 최면 방식을 알기 전에는 몰랐을 법한 일상적인 최면으로, 그가 흡연자인지 알아본 것이다. 이 장면은 로즈의 어머니가 최면술사임을 암시하는 복선인 동시에, 첫번째로 그에게 최면 기술을 걸었던 사건인 것이다.
④ 최면과 이분법적 사고, 그리고 영상
최면에 걸려서 진정한 자아의 의식이 멀어지는 것을 표현한 영상 연출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정신적인 세계를 물리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나'는 어둠 속 깊은 곳으로 떨어지게 된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더 깊은 곳으로 'sink' 되며 최면술사가 눈을 감기자, '나'는 아무 빛도 없는 나락에 갇히게 된다.
이는 또한 뇌를 바꾸어 이식한다는 허구의 과학적 장치와 연결되어, 이분법적 사고를 보여준다. '뇌'와 '영혼(마음)'은 분리된 영역이라는 것이다. 최면에 걸린 후 다른 사람과 뇌가 바뀌어도,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영혼, 진정한 자아는 바뀌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⑤ 카메라의 의미
크리스는 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어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굳이 부각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도 카메라가 미장센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감독은 이 카메라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크리스는 카메라 안의 프레임으로 사람들을 지켜본다. 백인들도 보고 흑인들도 보는데, 유독 정원사나 가정부나 로건 킹을 볼때, 감정의 변화가 일어난다. 크리스가 살짝 놀란다거나, 적극적으로 다가가 소통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 흑인 사람들은 카메라 사진 속에 갇힌 인간처럼, 최면에 걸려 자신의 몸 속에 갇혀 있다. 플래쉬 없는 카메라는 그들을 각성시키지 못하고, 다시 한번 사진 속에 가둬놓는다. 하지만 휴대폰 카메라의 플래쉬가 터졌을 때, 로건 킹은 의식에서 깨어난다. 플래쉬로 인해 비로소 그가 자신이 그 속에 갇힌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⑥ 결말
결말에서 크리스가 로즈를 죽이려고 했을 때 경찰차가 등장하자, 로즈는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크리스는 자신이 마치 가해자인 것처럼 행동한다. 결국에는 흑인이 또 역울한 누명을 쓰게 된다는 결말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게끔 만든다. 그러나 차 문이 열리가 크리스의 흑인 친구인 로드가 등장한다. 고정관념에 갇혀 있던 관객에 경종을 울리는 부분이다. 이러한 크리스의 해피엔딩은 아직도 인종차별이 만연한 현실에 비해 영화는 낙천적 결말을 이루는 것이다.
또 크리스는 고민 끝에 여자 가정부를 버리고 가지 못하고, 불쌍한 척하는 로즈를 죽이지 못한다. 엄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여자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즈를 버리고 경찰차를 타고 가긴 하지만 끝내 직접 죽이지는 못한다. 결국 크리스는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는 비극적인 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⑦ '로드' 캐릭터와 그의 서사에 대한 아쉬움
크리스의 흑인 친구인 로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로즈에 대해 적대적이고, 또 홀로 주인공을 도와주는 면에서 일관적인 캐릭터다. 그가 등장하면 코믹한 분위기로 연출되어 잠시 긴장의 끈을 놓고 한숨을 돌릴 수 있는 타이밍을 만들어준다. 그런데 그가 크리스를 구해내는 데에 막대한 도움을 주는 데에 비해, 그가 어떻게 그 사건을 그렇게 풀어나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과정이 안 나타난다. 그래서 그의 캐릭터과, 그리고 그가 스토리에서 이루고 있는 서사는 개연성과 현실감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B급 영화 같은 이 요소를 조금 더 보완하면 영화의 질이 조금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⑧ 철학
"인간은 고치 속에 갇힌 신이다."는 대사를 통해 철학적 논의를 던진다.
왜 영화가 그토록 흥행하는지 과히 알만하다. 흔히 귀신이 등장하는 호러물로 자아내는 공포감이 아니라, 최면과 그를 이용하는 잔인한 인간들로 관객을 무섭게 만든다. 또한 탄탄한 구성과 작은 미장센부터 소재, 인물들까지 불필요한 부분이 없다. 아쉬운 부분은 조금 있지만, 누구에게나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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