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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쓰 와이프>
관람객 평점 8.6
제목인 '미쓰 와이프'는 쉽게 말해 '결혼을 하지 않은 아내'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그리고 엄정화는 이 영화에서 어떤 캐릭터를 표현해낼까?
최종적인 감상평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좋은 '작품'이라고 칭하긴 어렵지만, 시간 떼우기에는 좋은 영상인 것 같다.
미쓰 와이프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엄정화가 연기한 '연우'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부모를 잃었다. 그 가정배경에서 연우는 비참하게 살기 싫었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화려한 변호사가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사고로, 연우는 평범한, 평범하기 보다는 알뜰하게 살아야 하는 가정집의 엄마가 된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했지만, 점차 사고방식과 인생관이 바뀌게 된다. 연우는 한달 간 환골탈태하여 다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다시 변호사 연우로 되돌아간다. 자신의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가 자신을 이렇게 바뀐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연우는 다시 그 가정집의 가족을 만나게 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먼저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인 연우는 '검사이자 화려한 싱글인 이연우' - '후줄근한 엄마 이연우' - 다시 '검사이자 화려한 싱글 이연우'의 과정을 거친다. 그 중간과정인 '엄마가 된 연우'는 인생의 참맛이 뭔지 점차 깨닫게 된다. 아침마다 값비싼 한우를 구워먹는 것, 비싼 스포츠카를 타는 것, 대단한 기업 회장에게 대우 받는것이 행복이 아니라, 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것, 가족들을 지켜주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며, 살아가는 의미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전자의 것들은 실상 연우의 과거 가정배경 트라우마로 인해 승리욕이나 열등감으로 쟁취한 것이며,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것과 달리 자본주의에 굴복한 현대 여성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후자의 것들은 그 어떤 탐욕이나 욕망 없이 삶에서 다가오는 인생의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연우가 전자에서 후자로 변화해가는 인간의 내면적인 성장 스토리가 있는 것이다.
위 연우의 세 단계 과정을 거치게 해주는 것은, 천상세계에서 한 남자의 부하 직원의 실수로 인한 것이라는 장치가 있다. 그로인해 그 세 과정을 거치고 주인공을 변화하게 하며, 사실은 그 남자가 연우에게 인생의 참맛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는 설정이다. 여기까진 좋다. 결국 진부적인 '슬픈 가족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절대적인 요소인 것은 약간 아쉽긴 하지만 괜찮은 스토리다. 그러나 영화의 대사라든가 상황들이 매우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아쉬운 부분들은 꽤 많은데 생각나는 것만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엄마 연우일 때 연우의 남편으로 나오는 성환이 "나는 너를 믿는다."면서 뜬금없이 연우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30-40대로 보이는 아줌마의 머리를. 요즘 중학생들도 오글거린다고 싫어하는 대사와 행동이다. 이런 식의 뜬금없고 인터넷 소설에서나 볼법한 대사들이 꽤 나와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다음은 연우가 엄마가 되어 있는 한달 동안 한 가정에 많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남편이 상사와의 갈등으로 지방 발령이 나고, 아들이 눈 수술을 하고, 딸이 남자들에게 나쁜 일을 당하는 등 현실적으로 한 가정에 평생동안 일어나지 않을수도 있는 일들이 한달동안 다 일어난다.
또 다음은 작가나 감독 혹은 제작자가 하고 싶은 대사를 위해 상황을 만들어내는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딸이 나쁜 일을 당하고 격한 감정에서 엄마와 얘기를 나누게 되는 장면이 있다. 현재 그 나쁜 일 때문에도 복잡하고 놀라고 슬픔이 가득한 감정일 텐데, 그 감정을 가누도록 하거나 일을 풀어놓지 못할 망정, 엄마한테 무사히 잘 돌아왔다고도 못하냐고 큰소리를 친다. 현실적인 흐름상 약간 핀트가 엇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이 드는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또, 그렇게 이성적이고 냉철했던 검사가 엄마가 되고 나서는 이성적인 판단을 못 내리고 허둥지둥 댔던 것이 말이 안 되기도 했다.
보기에 가장 어색했던 부분은 연우가 처음에 엄마가 되나서 모든 것이 낯설면서 허둥댈 때, 다른 주변 인물들이 '너 이러이러 했잖아 왜 몰라?'하면서 기본적인 배경이나 상황 등 모든 것을 관객에게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그냥 "왜 그래?"하고 넘어갈만한 일들도 "당신 이러쿵 저러쿵 해서 내가 이러쿵 저러쿵 해서 지금 이런 상황이잖아" 이런식으로 소설이나 시나리오 등 이야기를 쓸 때, 작가가 모든 것을 관객에게 말해주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극적인 요소도 떨어뜨린다. 이런 기본적인 것도 안 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는 얼마나 관객의 눈물을 쏟게 했냐?는 면에서 볼때는 성공적이다. 특히 결말 앞부분에서 슬픈 상황이 있었다. 연우가 이제 그 가족을 떠날 준비를 갑작스레 할 때였다. 진짜 자신이 그들의 가족이었던 것처럼, 몇십년을 같이 살아왔던 것처럼 연우는 가족들에게 이별 인사를 했다. 진짜 가족이 헤어지는 것처럼 슬펐다. 하지만 왜 영화는 그 슬픔이 '가족 구성원들간의 이별로 인한 슬픔'을 택했을까. 왜 그 진부한 관계를 택했을까, 아쉽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본 '굿바이 싱글'이라는 영화에서 보면 '가족'이라는 소재도 나오지만, 그 영화에서 슬픔을 유발하는 것은 서로 몰랐던 사이인 여자 둘 사이에서 어떤 의리나 우정, 정의 같은 것들이 결말에서 성취되면서 나오는 감동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그 슬픔은 전혀 진부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 영화를 볼 때 내가 '가족'이라는 데에서 운 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의 관계에서 슬펐다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그 진부한 '가족 관계로 인한 슬픔', 그것도 가장 흔한 소재인 '엄마와의 헤어짐'으로 인한 슬픔을 택했다.
결론적으로 천상계의 시스템 오류로 인해 인물의 내면 변화를 점차적으로 달성했다는 점은 좋았다. 그런 상상력이 재밌었다. 그러나 그 외의 것들은 모두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시나리오적인 면에서. 엄정화나 송승헌, 서신애, 라미란 같은 능숙한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그 대사나 상황들은 더욱 어색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관람객 평점이 왜 8점대나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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