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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사이드 아웃>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편견

 

 

 

관람객 평점 9.0

 

 

 

 

 

 우리는 인간, 그리고 생명체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필자는 인간과 생명체로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권태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그 기분들이 다 날아간 것 같다. 아름다운 세상을 한시간 반동안 체험하면서 다시 동심을 가지게 된 기분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여자 아기 라일리가 태어나서 세상을 눈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기쁨이도 라일리의 머리 속에서 탄생한다. 그리고 얼마 후에 슬픔이, 그리고 그와 더불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도 탄생하게 된다.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들이 의인화를 통해 캐릭터로 나오는 것이다. 기쁨이가 홀로 긍정적인 감정이며, 다른 캐릭터들은 모두 부정적인 감정이다. 라일리라는 한 사람이 겪는 모든 정서적 과정을, 감정 캐릭터들이 머릿속에서 일하는 것으로 연결되어 표현된다. 라일리가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사고가 생겨 기쁨을 느낄 수 없게 된다. 기쁨이와 슬픔이가 본부가 아닌 바깥 세상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본부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생기고 여러 캐릭터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한다. 계속되는 시도 끝에 본부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미 라일리의 생활은 엉망이 되었다. 결국 기쁨이가 고민을 하다가 슬픔이를 앞세워 이 사건을 해결한다. 구박만 받던 슬픔이가 중요한 감정으로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라일리는 다시 정상적이고 생활로 돌아가게 되고, 감정 캐릭터들도 라일리의 머릿 속에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게 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애니메이션 영상 자체가 현실적이고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묘사와 표현을 잘 해놔서 매우 흥미롭게 봤다. 기대만큼 재밌었다. 라일리를 중심으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줄 때, 깜빡 깜빡 헷갈릴 정도로 너무 현실적으로 표현을 잘 해 놓았다. 그리고 그렇게 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처음엔 기쁨이가 다른 부정적인 감정들을 이기려고 하고 그 속에서 리드하려고 한다. 라일리가 기쁘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감정들도 기쁨이에게 동조적이었다. 이는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을 보여준 것이며, 때로 사람들은 행복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중간에 한번 기쁨이가 슬픔이를 잠깐 좋게 보기도 하는데, 후반부에 들어가서는 기쁨이가 슬픔이를 인정하게 된다. 기쁨이는 슬픔이는 없어져도 되는 감정이 아니라, 라일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는 우리 인간들이 행복하고 기쁜 것만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슬픔 역시 우리에게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다 라는 것을 영화는 말해준다. 예를 들어 우리 인간이 상생하고 잘 살아가기 위해서 서로의 부정적인 감정과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해줄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결말에서는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구슬이 죽었던 섬들을 부활시킨다. 이는 결국 슬픔과 기쁨 중 어느 것 하나가 상위의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은 모두 함께하는 것이며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고, 이 부정적인 감정들을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며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필자도 처음엔 기쁨이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기쁨이가 피부색, 체형, 이목구비, 행동 등이 가장 인간과 닮아 있었으며 기쁨이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기쁨이가 주인공인 셈이다. 그래서 툭하면 울고 기력 없어 하면서 열정도 없는 슬픔이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부에서 슬픔이에게 주된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부여했다. 이는 슬픔이란 감정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바꾸도록 한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기쁨이와 슬픔이가 바깥 세상에서 본부로 탈출하고 라일리를 정상적인 생활로 돌려놓는 성공하는 영웅스토리이다. 또, 기쁨이와 슬픔이가 대립적인 구도였다가, 여러 과정을 거쳐, 결국 기쁨이가 슬픔이의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인정하게 되면서 그 대립적인 구도가 해소되는 구조다.

 

 

 

 기쁨이와 슬픔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흐른다. 슬픔이를 보면서 개그맨 정형돈이 자꾸 생각났다. 슬픔을 담당하는 캐릭터인 슬픔이가 아이러니하게도 정형돈과 외형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닮아있다. 지금 정형돈은 모든 방송 임시 하차 후 최근 무한도전 촬영에 임하려다가 촬영을 시작하자마자 다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져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결국 완전히 무한도전을 하차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필자를 비롯해 무한도전의 팬인 시청자들은 많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정형돈의 이런 비극적인 상황이 현실에도 존재하는 데에 맞물려, 정형돈과 닮아있는 캐릭터가 '슬픔'을 의인화한 캐릭터라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영화에서 아쉬운 점은 하나가 있었는데 비록 하나지만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영화가 어린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서 그런지, 기쁨이와 슬픔이가 다른 세상에 떨어졌을 때 그 곳을 탈출하는 시도를 하는데, 계속되는 시도와 계속되는 실패가 나와서 그게 단조로운 느낌이 들었다. 비슷한 패턴으로 실패를 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영화의 스케일을 좀 더 크게 해서 그 곳을 두세번의 시도 끝에 탈출한 후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 더 다양한 스펙타클을 일으켰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극장가서 안 본 것이 안타까울만큼 재밌고 즐겁고 의미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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